서울의 밤은 뿌옇다. 먹먹한 아스팔트를 껴입은 땅은 수많은 이들의 발자국, 각종 소음, 범죄와 돈, 검은 매연과 쓰레기, 추악함과 선함 등이 섞여 끓었던 실체조차도 알 수 없는 뒤범벅을 내동 끌어안고 있었다. 그 위로 시커먼 먼지들이 덧칠해졌음은 물론이다. 땅은 그 찌꺼기들을 달을 만나는 시간까지 간직해 둔다. 허연 재처럼 내려앉은 하루의 흔적을 천천히 털...
뚝, 뚝, 진홍색 혈액이 우드 소재의 바닥 위로 수없이 방울져 떨어졌다. 뜨끈하고 비릿한 열기와 고동치는 생명력까지 품은 그것은 바닥뿐만 아니라 입술에도 흥건했다. 진기는 정신없이 입술과 목으로 넘어오는 생명의 액체를 받아넘겼다. 미처 삼키지 못한 뜨거운 것은 발등 위로까지 뚝뚝 떨어져 고였다. 넘치는 피 속에서 그가 느낀 것은 단 하나. 미칠 듯한 갈구....
지끈 저려오는 왼쪽 뒤통수를 달달 떨리는 손가락으로 몇 번 눌렀다. 대충 왁스와 스프레이를 발라 삐죽하게 세워 올린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색하게 대충 구겨 신은 검은 색 부츠는 당장에라도 폐기 처분을 해야 할 것처럼 낡아 있었다. 희미한 곰팡이 냄새가 풍겨 오는 벨벳 소재의 망토에서는 녹슨 쇠 소리가 났다. 온 몸이 물을 먹은 것처럼 둔하다....
아침 6시, 맑은 종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렸다. 동시에 도시 전역의 벽과 가로등에 설치된 수백 수천 개의 네온 태양이 눈을 떴다. 그것들은 어둠으로 가득 찬 도시에 옅은 푸른빛을 채워 새벽의 광경을 연출했다. 곧 모든 이들이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중앙 이시스 본부 방송국과 4개 지구 방송국에서는 여섯 시간에 한 번씩 종소리를 울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렸...
비가 올 것이라는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한 뼘 그보다 조금 안 되게 열어 놓은 창문 틈새로 차가운 초겨울의 비가 안개처럼 흘러 들어와 파란 커튼과 우드 소재의 방바닥을 짙게 물들였다. 그러나 남자는 창문을 닫지 않는다. 그는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창밖의 거리를 한 번 힐끗 내다보고는 날짜가 지난 지 오래 된 신문지 뭉치를 집어 들었다. 신문 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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